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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News Room

“내가 고용주라면 기초학문 전공자 뽑을 것…” N

No.1962175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12.05.20 00:00
  • 조회수 : 11983

응용확률분야 석학 스튜어트 N. 에시어 유타대 교수, 기초학문 기피현상에 일침

교과부 ‘브레인 풀’ 사업으로 1년간 영남대 통계학과 방문교수로 재직

[2012-5-25] 

 

 “제가 고용주라면 기초학문 전공자를 뽑겠습니다. 기초학문은 시류를 타지 않죠.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그야말로 ‘기초’이기 때문이죠. 반면 취업에 유리할 것 같은 응용학문은 언제 유행이 지나가버릴 지 아무도 모르죠. 학생들이 전공분야를 선택할 때 그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통계학, 그 중에서도 응용확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튜어트 N. 에시어(Stewart N. Ethier, 62, 사진) 유타대 교수가 한국의 심각한 기초학문 기피현상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해외고급과학두뇌초빙활용사업 ‘브레인 풀'(Brain Pool)에 선정돼 지난해 7월부터 6월 말까지 영남대 통계학과 방문교수로 생활 중이다. '브레인 풀'은 우수교수 또는 연구 인력을 국가가 채용, 대학 또는 연구기관에서 특정기간 근무하게 하면서 연구와 강의활동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국내 연구 수준을 제고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연구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다.

 

 기초분야의 고급과학두뇌로 선정돼 영남대에 온 그는 통계학과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기초학문의 중요성 강조를 잊지 않는다. “최첨단 분야일수록 수학, 철학, 과학 등 기초학문의 틀이 더욱 단단해야 한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최첨단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 마련이고, 특히 앞으로는 융‧복합이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기초가 부실하면 융‧복합도 힘들다”는 확신에서다.

 

 한편으로는 기초학문이 단순히 이론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에 전공인 응용확률(Applied Probability)을 통해 재무, 주식투자, 카지노게임뿐만 아니라 집단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유타대 방문교수로 1년간 생활하면서 그와 알게 돼 지난 4년 동안 이미 6편의 공동논문을 발표했고, 현재 2편의 공동논문을 진행 중인 이지연(44) 영남대 통계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일수록 문제에 쉽게 접근하고 해석해낸다는 점과 기초학문이라고 해서 실용성을 배제한다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그의 대학원 강의에서도 이러한 철학은 통용된다. 이론적으로만 이해하려고 들면 결코 쉽지 않은 확률과 통계를 일상과 밀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그의 수업을 듣고 있는 영남대 대학원 통계학과 남솔지(23, 석사1기)씨는 “처음에는 세계적인 석학의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오히려 지금은 더 편안하고 쉽다”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문도 하고, 무엇보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을 전공한다고 생각하니 공부하는 것이 더 즐겁다”며 수강소감을 밝혔다.

 

 이제 그는 6월 말이면 다시 미국 유타대로 돌아간다. “지난 1년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예의바른 한국학생들에게 완전 반했다”는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영남대에서 맺은 인연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에시어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는 통계학과 대학원생들과 함께

(뒷줄 왼쪽 네번째 에시어 교수, 다섯번째 이지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