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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국문학과 석사2기),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N

No.1962055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13.02.15 00:00
  • 조회수 : 12477

'이끼의 시간' 시부문 당선, 청각적 상상력에 집중한 작품

[2013-2-15]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2기 김준현(26, 사진)씨가 '2013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수상작은 '이끼의 시간'. 우물을 소재로 미성년의 실존적 내면을 다룬 시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그는 “우물을 소재로 쓰는 작가들이 많은데 대부분 시각적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차별화를 위해 시각보다는 청각적인 상상력에 집중해서 이번 작품을 썼는데 좋은 결과를 낳아 기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그는 "문학을,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몸소 보여주시고 늘 제 서투른 감각을 짚어주시는 김문주 교수님을 비롯한 국어국문학과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욱 정갈한 글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우물, 검은 비닐봉지, 현악기(기타) 등으로 현주를 거듭하는 은유와 신경증적인 감각들로 이미지와 이미지, 의미와 의미 사이의 연결고리가 불안으로 술렁거렸지만, 이 불안이 그 무엇도 결정되지 않은 혼돈 속에서 돋아나는 새로운 가능성의 감각과 열기로 꽉 차 있었다"고 평하면서 "'따로 없는 시 쓰는 법'을 찾아나선 작자의 모험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했다. 

 

 다음은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이끼의 시간' 전문.

 

◈ 이끼의 시간 

    - 김준현

 

    우물 위로 귀 몇 개가 떠다닌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 느린 허공이 담겨 있다 나는 
    내 빈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닫아놓은 창이다

    녹슨 현악기의 뼈를 꺾어 왔다 우물이 입을 벌리고

    벽에는 수염이 거뭇하다 사춘기라면 
    젖은 눈으로 
    기타의 냄새 나는 구멍을 더듬는, 장마철이다

    손가락 몇 개로 높아지는 빗소리를 누른다 저 먼 곳에서 
    핏줄이 서는 그의 목젖, 거친 
 

    수염을 민다 
    드러나는 싹이여, 자라지 마라
    벌레들이 털 많은 다리로 밤에서 
    새벽까지 더듬어 오른다 
    나는 잠든 그의 뒷주머니에 
    시린 손을 숨긴다 부드럽고 가장 어두운

    비닐봉지 안에 차가운 달걀 몇 개를 담아
    바람에 밀려가는 주소를 찾는다
    귀들이 다 가라앉은 물에도
    소름이 돋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