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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 News Room

추억과 사랑의 진액으로 짜 엮은 찬란한 꽃다발 N

No.1961219
  • 작성자 통합관리자
  • 등록일 : 2017.05.26 00:00
  • 조회수 : 5843
100년 어울음 하나의 소리결이 되다
영남대학교 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콘서트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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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이 번져가는 5월의 신록 속에 유독 햇발까지 정념을 퍼부었던 20,
 
 정오를 막 넘기자, 천마아트센터 로비에는 화음으로 맺은 인연을 따라 영남대 합창단 동문의 옛 추억들이 속속 당도하고 있었다. 추억한다는 건 관조의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관계에서 섭취한 것들의 영양분 덕분에 포만감이 들 때 가능한 거라고 누가 말했던가. 영남대학교 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 이 날, 초로에 접어든 중년과 황혼 문턱에 선 합창단 동문들은 자축의 자리로 마련한 영창회 카페에서 얼굴을 마주하고는, 양철지붕을 구르는 햇살처럼 깔깔거렸다. 화음으로 출렁이는 동력을 잊지 못해 추억의 뒤란을 오래 서성인 듯, 이내 촉촉한 목소리로 두런거리기도 했다. 이들 앞에는 합창단의 옛 대학시절 사진과 소장품들이, 가장 티 없고 소중했던 순도의 색채를 마구 뿜어내고 있다. 반백년의 세월을 굳건하게 이어 온 영남대 합창단 창단 50주년을 맞아, 영남대 합창단 동문회 (영창회)가 친교와 화합, 도약의 의미로써 그간 준비해 온 기념사업의 일환이다. 놀랍도록 의미 충만한 이 50주년의 해후를 위해, 국내 각계는 물론 해외 동문들까지 축하의 마음과 정성을 보태었고, 영남대 서길수 총장, 영남대 김관용 총동창회장, 대구광역시의회 류규하 (11) 의장, 합창단 노상래(18) 지도교수의 축하메시지도 도착했다. 추억의 반추를 조장하는것은 뭐니 해도 공간이 아닐까. 그 자리에 새로운 역사가 씌어지더라도 끊이지 않고 응결될 발자국은 있을 터. 거울못에서 메타세콰이어길을 거쳐 학생회관 합창단실까지 이어지는 모교 캠퍼스 투어는 옛 시절 캠퍼스의 정든 속삭임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잔디밭에 모여 통기타 반주로도 금세 만들었던 화음들이 다문다문 아련한 기억으로 감겼다가 그리운 신열로 웅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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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0, 드디어 영남대학교 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콘서트 개막. 기념 축하영상 과 함께 천마아트센터 쳄버홀 관객석 가장자리와 뒤쪽에서부터 울려퍼진 우리들의 이야기,그리워라로 마음 속 꽃비가 울컥 내리기 시작했다.
 
 김강규(16) 음악감독은 합창곡 선곡에도 지난 날의 가슴 아렸던 시간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소리결로 호흡을 맞춘 가곡과 남성합창 안에는 옛날은 가고 없어도새벽별과 막걸리, 종점버스가 들어있다. ‘삶의 둘레 이젠 저마다 달라도 추억이 그리운 해후라면 그 시절 오월 풍금소리도 다시 들려오리라노래했던 신백호(13)회원의 축시처럼, 서울 영창회 합창단과 천마합창단은 흩어져 살아도 한 마음으로, 그 시절 놓쳐버린 꽃향기를 움켜 안듯 스테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고희의 길목을 오가는 선배회원들이 막내기수 후배 재학생들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며 스테이지 순서가 교체되는 감동적인 장면, 1기 곽홍탁 회원의 축시 낭송에 화답하는 53기 김유림 학생의 답시 낭송의 무대를 두고 노진우(17)영창회장은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며, 세대를 뛰어넘는 정겨운 향연이라 강조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노래하며 사랑의 화살을 날리는 미소처럼, 순한 지난날을 관객들과 함께 새기는 싱어롱의 즐거움처럼 합창음악은 우리를 하나로 아우르는 화해와 융화를 지향하며 사랑과 상생의 길을 튼다라고 김수진 (5)50주년 기념 사업 준비위원장은 확신한다.
 
 관객들에게도 충만한 울림의 세계를 선사한 50주년 콘서트가 막 내린 후에도 화합과 친교의 밤을 보낸 다음날, 영창회 보금자리 방문과 근대화 골목탐방까지, 찬란한 하모니의 연금술은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저마다 가장 아름다운 꽃을 들고 서서 사랑의 진액으로 차곡차곡 짜 엮은 꽃다발이 이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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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은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미장셴을 만드는 법. 살아온 만큼 저문다지만 더 저물지 않도록, 선율이 울려퍼진 이 시간이 절연체로 둘러싸이게 할 순 없을까. 오래도록 이 온기가 보존될 수 있도록 마개를 잠시 닫아둘 순 없을까.
합창은 사랑에서 사랑으로 영원히 선회할 것이니.
[글. 이지희(영남대학교 합창단 27기)]